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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존중하는 파리지엥의 똘레랑스 (Tolerance)

차이를 존중하는 파리지엥의 똘레랑스 (Tolerance)

2011-08-09 16:26:08

운영자 조회:3391

차이를 존중하는 파리지엥의 똘레랑스 (Tolerance)

파리에서 생활해본 한국인 중 음식 냄새 때문에 이웃에게 불평을 들었다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그러나 프랑스의 이웃 나라인 독일에서는 한국인의 마늘 냄새에 불평하는 이웃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종종 들을 수 있다. 이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 잘 알려진 대로 프랑스인은 미식가들이다. 그들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치즈를 빼놓을 수 없는데, 300여 종에 이르는 치즈 중에는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도 있다. 만약 우리가 그들 앞에서 치즈 냄새가 고약하다며 얼굴을 찌푸리면 그들은 당연히 기분이 상할 것이다. ‘존중하세요. 그리하여 존중받으세요.’ 파리 곳곳에 있는 공원 잔디밭에 써 있는 말 중 하나인데, 다름을 존중하라는 똘레랑스의 뜻을 간단히 정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에서 비롯된 ‘공존의 미학’이 곧 똘레랑스인 것이다. 다시 말해, 프랑스인이 한국인 가정에서 풍겨나오는 된장찌개나 마늘 냄새를 용인하듯이 우리 또한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그들의 치즈를 용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꾸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들의 치즈를 용인하듯이, 그들 또한 우리의 마늘이나 된장찌개 냄새를 용인해야 한다.

며칠이라도 파리를 여행해 본 사람 중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일렬 주차하면서 앞뒤 차를 툭,툭 건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주차 공간을 확보하려고 주차 중인 앞뒤 자동차를 밀어 붙이기까지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도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자동차 범퍼를 가볍게 부딪히는 것을 서로 용인하는 것인데 주차 공간이 좁은 파리 시내에서나 통하는 일종의 ‘공존의 기술’이라고 불 수 있다.
세 살과 여섯 살 때 프랑스에 도착한 내 아이들은 유치원부터 대학원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파리 지역에서 보냈다. 두 아이는 가난한 외국인의 자식으로 컸음에도 이른바 ‘왕따’를 당하지 않았으며 기도 죽지 않았다.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다양성과 차이를 존중하는 똘레랑스를 강조하는 사회이면서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 말해줍니다’ 따위의 물신주의가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프랑스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모습은 미술 교사가 초등학생에게 석고 데생을 요구하지 않는 것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오브제를 놓고 똑같이 그리도록 요구하는 대신 ‘나의 꿈’이나 ‘나의 집’처럼 학생마다 다를 수 밖에 없는 대상을 그리게 하는 것이다. 한 미술 교사의 말에 따르면 모든 학생이 똑같은 대상을 놓고 그리게 하면 획일적이어서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끼리 ‘누구는 잘 그렸고, 누구는 못 그렸다’라고 비교하게 되는데 교육적으로도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고 파리가 똘레랑스의 천국인 것은 아니다. 그들이 똘레랑스를 강조하는 것은 그들 사회에 아직 똘레랑스가 부족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가령 네덜란드나 벨기에 같은 나라와 달리 프랑스에선 아직 동성애자에게 결혼권이 없으며 동거권만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파리 사람들이 보여주는 똘레랑스의 면모는 우리가 참조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똘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에 대한 존중, 다른 사람의 정치적.종교적 견해에 대한 존중을 뜻한다. 다시 말해 차이는 차이일 뿐이므로, 차이를 차별, 억압, 배제의 근거로 하지 말라는 성찰 이성의 요구가 똘레랑스인 것이다. ‘나는 당신의 견해에 반대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그 견해를 지킬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 프랑스인이 학교 교육에서 배우는, 18세기의 계몽사상가 볼테르의 말이다.

똘레랑스의 라틴어 어원인 ‘Tolerare’뜻이 ‘참다’라는 점에서 생각해 볼 때 똘레랑스는 우리말로 ‘관용(寬 容)’보다 ‘용인(容忍)’에 가깝다. 관용에 남이 저지른 잘못이나 실수를 너그러이 봐준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면, 똘레랑스는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 ‘다름’이 전제되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다. 공자님 말씀을 기록한 논어에 ‘군자는 획일화하지 않으면서 화목하고, 소인은 별 차이도 없으면서 불화한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는 말이 나오는데 똘레랑스는 바로 ‘화이부동’과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가령 다수 종교파가 소수 종교파에게 다수파 종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하지 않은 채 서로 화목하고, 다수 민족이 소수 민족 구성원을 탄압하지 않으며 화목한 것을 화이부동이라고 할 때 똘레랑스와 거의 일치한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대부분 자기와 똑같은 사람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게 여긴다. 그렇다면 지상의 모든 사람이 나와 다르다는 점에 안도하면서 반겨야 할 듯한데 그러지도 않는다. 지상의 꽃들은 스스로 자신의 아름다움을 드러낼 뿐 시샘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은 자기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 차이를 찾으려 애쓰고, 자기와 다른 사람을 만나면 자기와 같지 않다고 시비를 건다. 이 같은 이중성은 남보다 자기가 우월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만족해하는 인간의 좋지 않은 속성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성찰 이성에 눈뜬 사람은 나와 다른 사람, 나와 다른 문화를 만날 때 서로 장점을 주고받으려 노력한다. 또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오늘의 나보다 내일의 내가 더 성숙하기를 기대하며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고 싸운다. 그러나 성찰 이성에 눈 뜨지 못한 사람은 자기 성숙을 위해 노력하는 대신 남과 비교하고 스스로 우월하다는 점을 확인하려고 애쓸 뿐이다. 자기 성숙을 위해 내면과 대화하지 않는 사람에게 스스로 우월하다고 믿게 해주는 것은 그의 소유물이며, 그가 속한 집단이다. 물신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사회 구성원은 인간의 내적 가치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오직 ‘무엇을 소유하고 있다’에 관심을 두고 서로 비교하면서 경쟁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물신주의가 똘레랑스의 개화를 가로막는 배경이다. 완벽하지 않지만 파리 사람들이 똘레랑스를 보여주고 있다면, 거기에는 ‘돈을 좋아하지만 돈만 좋아하지 않는’, 그래서 문화 감각이 없는 ‘벼락부자’나 ‘스노브(속물 혹은 재물 숭배자)’를 조롱할 줄 아는 인문정신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LIFE Guide-Metlife" 2010년 9월호, 홍세화 '한겨레'기획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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